generico2018-11-0510:13:06
저는 비스포크 수트가 생소한 일반 고객분들께 상담을 할 때면 익숙한 소재나 대상들로 비유를 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즐겨찾는 대상은 바로 '오페라'입니다.
막 대학을 입학한 스무 살적 일입니다.
어느 날 부모님께서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오페라 공연 티켓을 선물로 주셨고
저는 친한 친구와 둘이 생애 첫 오페라 관람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에게 오페라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줄거리, 이해할 수 없는 대사의 성악
그리고 우리 이외의 사람들만 즐기는 것 같은 브라보 외침으로 기억됩니다.
물론 공연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던 저는 중간에 도망쳐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쉽게 말해 저는 무지했고 오페라를 즐길 자격이 부족했었습니다.
우리네 삶을 살면서 오페라의 감흥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격이 떨어지거나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페라에는 규칙이 있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니 더 큰 감동을 받기 위해서나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규칙을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비스포크 수트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명품 브랜드의 시즌별 상품들부터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한 SPA 브랜드의 옷들까지...
세상 천지에는 좋은 것들로 넘쳐나는데 굳이 비스포크 수트를 입어야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오페라가 주는 감흥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하듯이
이것이 삶의 격식과 풍족함을 나누는 잣대는 아니지만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비스포크 수트는 하나의 문화 생활에 더 가깝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나 한번 웃겨봐라'는 심보로 코미디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처럼
'내옷 한번 맞춰봐라' '어디 얼마나 잘 만드는지 보자'는 생각으로
또는 40년 된 장인 할아버지가 내 옷을 잘 만들어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비스포크 수트를 맡긴다면
당신은 100% 만족할 수 없습니다.
비스포크 수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규칙이 있고 이를 이해해야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문화 소비로 이어집니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거나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줄거리를 미리 알아보고
이태리어로 노래하는 대사를 찾아보거나
더 노력을 기울인다면 공연 전 미리 음악과 영상을 구해 감상해본다면 실제 공연에서 그 감흥은 더 배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관객이 아무리 많은 정보들로 무장을 하고 있어도 본인이 연주자나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무릇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지만
그것이 지나쳐 내가 무대를 지휘하는 지휘자나 연주자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독이 든 성배의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 수트도 이와 같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많은 지식과 경험이 있어도 비스포크 수트를 즐기는 것으로 활용을 해야지
당신이 옷을 만들거나 테일러를 이용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얼마 전 젊은 직원에게 TMI, JMT 라는 신조어를 배웠습니다.
JMT 는 '존맛탱’ TMI는 'Too Much Information' 이라더군요.
세상에 JMT 한 것도 많지만 그 정보가 너무 TMI 하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모두 따뜻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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