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의미하는 아뜰리에는 (ATELIER) 는 테일러샵에게는 실제 옷을 만드는 소규모 작업 공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스포크 수트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기에 우리 아뜰리에를 소개하면서 가볍게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 이해를 돕기 위해서 Q&A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Q : 비스포크 테일러샵이면 샵에서 직접 옷을 만든다고 하는데 자체 작업공방이 있다니 무슨 말인가요? 매장 내에서 옷을 만드는 게 아니었나요?

 

A : 비스포크 수트는 기본적으로 고객의 주문에 의해서 개별 고객만을 위한 패턴 제작을 시작으로 작업을 수행합니다. 테일러라는 직업은 옷의 패턴을 만드는 재단 업무, 재단한 옷을 고객과 함께 가봉을 보는 가봉 업무, 가봉 시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다시 재재단하는 수정 업무 그리고 마지막으로 핸드메이드로 옷을 만드는 기술 전반에 걸쳐 모든 영역을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다만, 한 명의 테일러가 위에서 열거한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면 한 달에 만들 수 있는 옷은 고작 3벌에서 4벌 정도가 최대일 것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불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핸드메이드로 옷을 만드는 일은 오랜 시간과 숙련된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때문에 예부터 옷을 만드는 과정은 업무의 효율을 위해서 분업화 되었는데, 재단을 하는 사람을 CUTTER, 자켓을 전문으로 메이킹 하는 사람을 COAT MAKER, 바지를 전문으로 메이킹 하는 사람을 TROUSER MAKER, 옷을 마무리를 하는 사람을 FINISHER 라고 합니다.

 

여기서 오해할 수도 있는 단어가 '분업화'일텐데 마치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와 같은 컨베이어 벨트 속의 부품과 같은 라인 작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의 세계에서 하나의 멋진 코스 요리를 만드는데 있어서 전체 요리, 메인 요리1, 메인 요리2, 디저트를 만드는 업무를 분업화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쉽게 설명해서 한 명의 마스터 셰프가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요리의 전 과정을 직접 한다면 하루에 과연 몇 명의 손님을 소화할 수 있을까요? 이와 같이 마스터 셰프가 설계한 레시피를 직접 진두지휘하여 숙련된 하우스 팀원들과 함게 요리를 내는 것처럼 테일러샵을 진두지휘하는 마스터 테일러가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하여 테일러샵 고유의 레시피(하우스 스타일 또는 하우스 패턴)을 가지고 이를 오랜시간 함께 호흡을 맞춘 기술자들과 한 벌의 옷을 지어내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비스포크 수트의 제작 과정입니다.  

 

현재 제네리꼬는 청담, 여의도 두 곳의 직영 매장 외에 우리 고객님들의 옷을 만들기 위한 소규모 작업 공방에서 직접 옷을 만들고 있습니다.

 

 

 

Q : '비스포크'라는 말이 생소했는데 요즘에는 모두가 '비스포크 테일러샵'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용어가 약간 헷갈리기도 하고,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비스포크 테일러샵은 자체 작업 공방에서 옷을 만드는 것인가요?

 

A : 모든 비스포크 테일러샵은 자체 작업 공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철학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시 요리의 세계로 비유를 드리겠습니다.

 

하나의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 레스토랑은 그만의 레시피를 가지고 손님들에게 요리를 제공합니다. 자체 작업 공방이 없다는 이야기는 레스토랑이 운영은 되고 있으나 주방이 없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즉, 매장을 운영하는 주체는 있지만 요리를 만드는 주방이 없고 요리사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레스토랑이 운영이 될까요?

 

식자재를 납품받으면 됩니다. 아니, 요리를 통째로 납품받는 것이지요. 항공기 기내식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항공기 기내에는 기내식이 실리는데 이는 모두 조리가 된 식품을 승무원들이 데우기만 해서 고객들에게 내어드리는 음식입니다. 이 음식에 대해서 승무원들은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은 그 요리를 만든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자, 다시 비스포크 테일러샵의 세계로 돌아오겠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말로 많은 '비스포크 테일러샵'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운영하는 곳에는 자체 작업 공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설령 테일러샵을 운영하는 분들이 테일러 아카데미와 같은 학원을 수료하거나 이와 관련된 공부를 했다고 해도 말이죠. 

 

우선 매장 내에서 직접 옷을 만드는다는 말은 100% 허구에 가깝습니다. 40년 이상 숙련된 장인들도 모든 과정을 혼자서 진행한다면 한 달에 3벌의 옷을 만드는 것도 버겁습니다. 결국 테일러링에 관련된 지식을 축적하여 '요리를 통째로 납품해주는 납품처'를 찾아 옷을 어떻게 하면 그럴듯하게 손님 테이블 위에 내놓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그곳이 비스포크 테일러샵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Q : 수제, 반수제에 대한 용어를 들어봤어요. 다시 한번 설명해주세요.

A : 이 용어는 보통 강남 일대 즐비한 예복 전문 테일러샵이나 프랜차이즈 테일러샵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용어입니다. 우선 옷을 만드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 그대로 수제 양복은 머신(미싱)의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핸드의 비중이 높은 작업 방식을 이야기하고 반수제라는 용어는 흔히 접착식 양복을 만드는 방식을 의미하며 양복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앞판 심지 작업이 생략된 작업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심지 작업'이란 여성복과 다르게 남성복은 자켓 앞판을 지지하는 수많은 부자재로 특유의 볼륨감과 단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부자재들을 실로 엮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물론 시간도 오래걸리는 작업이며, 기술자들의 오래되고 정교한 기술력을 요합니다.


그래서 보통 이 '심지 작업'을 일컬어 프랜차이즈 테일러샵이나 예복 전문 테일러샵에서는 수제 공법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추가 금액을 더 받고 있지만 사실 수제 양복은 이 심지 작업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선 하나의 양복을 짓는데 있어서 심지 작업만 했다고 해서 그것을 수제 양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파리의 에펠탑만을 보고 와서 파리를 다 구경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 핸드로 옷을 만드는 방법은 정교하고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방식이 매우 다양합니다. 작게는 포켓(주머니)를 짜는 방법에서부터 안감을 부착하는 방법, 소매를 몸판에 다는 방식과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하여 기술자의 기술 수준 차이에 따라서 같은 원단으로 만든 옷도 모두 달라지게 됩니다. 양복을 만드는 일 역시 기술자의 영역이기 때문에 기능대회가 존재하고 엄연히 실력의 차이가 존재를 합니다.


수제와 반수제를 심지 작업의 유무 가지고만 판단하기에 수제 양복을 만드는 방법과 기술의 차이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현재 서울에는 종로 일대와 강남 일대에 외주 수제 양복 공장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외주 공장은 전국의 수많은 테일러샵을 거래처로 두고 있는데 그들이 말하는 수제 양복은 심지 작업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그 수준의 차이에 대해서는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Q : 제네리꼬는 왜 그렇게 아뜰리에(작업 공방)에 집착을 하며 아뜰리에가 없는 곳을 비판하시나요?

A : 이는 '브랜드'를 보고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양복점, 비스포크 테일러샵은 옷을 만드는 공간이지 옷을 도매상에게 사다 마진을 붙여 다시 되파는 중개 소매상이 아닙니다. 어느 테일러샵이 브랜드로서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옷을 직접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인터넷 쇼핑몰들에서도 외주 거래처 공장을 두고 자체 제작 상품이라며 판매를 하는데 해당 브랜드의 기획력과 디자인의 차별성으로 브랜드를 논하지만 테일러샵은 인터넷 쇼핑몰 브랜드와 같지 않습니다. 테일러샵은 물건을 기획하여 거래처 공장에서 옷을 공급 받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생산 시설인 동시에 판매처가 되는 곳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유명한 외식경영자이면서 요리연구가인 백종원 씨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우리나라 요식업은 인구수 대비 포화 상태이며 진입장벽이 너무 낮아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높다고요. 너무 쉽게 요식업을 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자영업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것이 테일러샵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외주 공장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너무 손쉽게 테일러샵을 창업할 수 있습니다. 또 심지어 프랜차이즈까지 생겨났습니다. 이는 테일러샵이 아니라 그냥 하나의 패션 브랜드이지 진정한 테일러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